아닙니다. 가족력 20%는 자녀에게 생길 확률을 뜻하지 않으며, 부모가 백반증이어도 자녀에게는 생기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아이에게 물려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님이 많지만, 생각만큼 높은 확률은 아닙니다.
백반증 환자의 약 20%에서 가족 중에 백반증이 있는 사람이 발견됩니다. 일반 인구의 백반증 유병률이 1% 미만인 것에 비하면 높은 편이지만, 이 숫자는 ‘가족에게 생길 확률’이 아니라 ‘환자 가운데 가족력이 있는 사람의 비율’입니다. 거꾸로 보면 환자 열 명 중 여덟 명가량은 가족력 없이 백반증이 생깁니다.
유전자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라도 한 명이 백반증일 때 다른 한 명에게도 생기는 경우는 약 23%에 그칩니다. 나머지 77%는 한 명에게만 생겼습니다. 백반증이 유전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그러니 ‘유전이니 어쩔 수 없다’고 미리 단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백반증은 유전자 하나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백반증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 변이가 50개 안팎 발견되었는데, 약 90%는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유전자이고 나머지는 멜라닌세포의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입니다. 변이 하나하나가 높이는 위험은 크지 않고, 여러 개가 쌓일수록 위험이 커집니다. 여기에 심한 스트레스, 화학물질, 생활습관, 피부 외상 같은 환경 요인이 더해지면 자가면역 반응이 시작되고 백반증이 생기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흔히 말하는 유전질환과는 이 점이 다릅니다. 태어날 때부터 흰 반점이 있어 백반증과 헷갈리기 쉬운 부분백색증은 KIT 유전자의 돌연변이와 관련된 유전질환이어서, 부모 중 한 명에게 있으면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이 50%에 이릅니다. 백반증은 소인을 물려받았더라도 생기지 않을 수 있어서, 가족력은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 정도로 이해하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리고 백반증은 가족력이 있든 없든, 상태에 맞는 치료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